장사꾼이 아닌 전문가…생존의 기로에서 선택할 때

장사꾼이 아닌 전문가…생존의 기로에서 선택할 때: 2023.09.12 17:36 입력

백인기 bik86@optic.or.kr

최근 일선 안경원의 위기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하락된 매출세의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며, 외부의 업권 침탈 움직임의 노골화로 일선 안경원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에도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긴 했으나 작금의 상황은 결이 다르다 볼 수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누적된 적자와 온라인 중심의 상권 변화는 단순히 버티는 것을 넘어 안경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안경원 운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한다. 단순히 판매 영역을 벗어나 전문화를 바탕으로 보건서비스 영역을 구축하고, 안경을 파는 곳이 아닌 아이케어를 받는 곳으로 안경원이 변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o:p></o:p> 변화된 소비 가치, 새로운 패러다임  현재 소비 패러다임은 업계를 불문하고 과거에 비해 변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닝아웃, 소확행, 나심비와 같은 용어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가격이나 브랜드에 포커스를 맞추던 과거와는 달리 가치 자체에 중점을 둔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 이면의 가치를 내세운 프리미엄 품목이 약진하는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목격할 수 있다. 친환경 마케팅을 펼친 푸드마켓의 성공, 제조 과정의 전문성과 희소성을 내세워 성공한 주류 제품, 취향별 선택지의 폭을 넓혀 각광받은 가구 브랜드까지 가치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은 이제 시장에서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요소가 되었다. 이는 안경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갤럽조사에 따르면 시력교정 장치 구입 시 안경사의 전문 컨설팅 필요성에 대한 동의 수준에 대한 질문에 ‘안경렌즈 구입 시 필요’ 75.7%, ‘콘택트렌즈 구입 시 필요’ 84.1%로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경 및 콘택트렌즈 구매 시 고도의 컨설팅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가고 있으며, 다시 말해 전문성에 대한 가치소비의 니즈가 확고해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추세다. 가령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격 경쟁은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두드러지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근래들어 다수의 프랜차이즈들은 프리미엄화로 경영 노선을 틀고 있다. 전문적인 검안 프로세서와 지속 가능한 아이케어 프로그램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니즈를 충족하는 방면으로 말이다. 가격 경쟁력 형성의 한계,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개별 안경원의 성공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안경광학 석사 이상의 전문가 그룹을 형성해 차별화된 아이케어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례가 있으며, 비전테라피를 적극 활용하여 타 안경원과의 차별성을 형성한 사례 또한 존재한다. 결국 기존의 판매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가치소비를 충족하는 전문화가 안경원 생존 전략의 관건이 된 것이다.   <o:p></o:p>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center"><img alt="장사꾼이 아닌 전문가…생존의 기로에서 선택할 때" src="http://koatimes.com/wysiwyg/PEG/se2_16945077425307.jpg" title="DSC00961.jpg"></div>   업계 니즈에 대응되는 전문성  전문화의 필요성은 업계의 주요 제품 니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근자에 디지털 기기 사용의 일상화 및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누진 시장의 파이는 과거에 비해 매우 커진 상태다. 또한 근시 인구의 증가로 근시 렌즈 시장은 연령대 별로 세분화되어는 추세며, 시생활의 다변화로 이에 수반되는 기능성 렌즈의 수요 또한 올라간 상황이다. 한 예로 올해 국내 유수의 한 렌즈 기업에서 자체 브랜드의 품목별 성장률을 집계한 결과 기능성 라인 제품이 30%의 성장률을 보였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곧 현대 시생활 니즈에 수반되는 제품 경쟁력이 안경원 매출 및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되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단순히 제품만 다양하게 갖춘다 해서 경쟁력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기능성 제품 및 세분화된 근시 품목군은 제품 특성에 대한 전문적 이해도를 비롯해 소비자의 시생활에 대한 지속적인 케어가 요구되는 분야로 안경사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초에 다양한 렌즈 업체들이 자사 제품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및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안경원이 제품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안경사의 전문성이 담보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물론,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및 업계 니즈에 발맞춰 전문화를 일구려 해도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안경사의 업무는 단순하게 나눌 때 검안과 조제·가공으로 한정되어 얼핏 전문화를 일군다는 것에 한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경사가 다루는 분야는 근시, 난시, 양안시, 사시, 사위, 약시, 복시, 유아 시력, 노안, 비젼테라피, 스포츠 시력 등 세분화되어 있으며, 각 영역 별로 전문성과 숙련도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특정 영역에 압도적인 역량을 갖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center"><img alt="장사꾼이 아닌 전문가…생존의 기로에서 선택할 때" src="http://koatimes.com/wysiwyg/PEG/se2_16945077614815.jpg" title="DSC00267.jpg"></div>   온라인 중심의 상권 변화에 대항할 수 있는 변별점 이와 관련해 협회에서도 안경사의 전문성 확립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전문안경사양성과정 도입을 통한 안경사 역량 강화와 이미지 쇄신을 기하고 있으며, 안경사의 업무범위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협회가 이처럼 안경사의 전문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일선 안경원의 경쟁력과 성장 차원을 넘어 업권 확립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펜데믹을 기점으로 전 분야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상권이 옮겨지는 변화가 나타는 중이며, 오프라인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는 안경업 또한 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실례로 작년까지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허용에 대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가 이어졌으며, 현재도 업계 내에선 픽업서비스의 방식으로 온라인 상권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위기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으로 안경업을 단순 상업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전문 보건의료영역으로 확고히 하는 것이라 입을 모은다. 협회의 행보 또한 이러한 기치를 바탕으로 타 분야에선 손조차 댈 수 없는 전문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읽어볼 수 있다. 물론, 전문화는 단순히 협회가 만들어낸 제도나 시스템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선 안경원의 변화가 수반될 때 가능한 지점이다. 한동안은 안경원의 매출 부진과 업계의 저성장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온라인 상권을 바탕으로 한 업권 침탈 또한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시대적 변화와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앞에 기존 방식으로 위기극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안경원의 생존과 업계의 성장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가치 형성을 할 때 이룰 수 있으며, 이는 안경사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문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 모두 판매자와 전문가의 기로에서 결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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