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계의 새로운 위협, 유통구조의 변화

안경계의 새로운 위협, 유통구조의 변화: 2023.06.09 10:15 입력

백인기 bik86@optic.or.kr

근래 안경계는 전례 없는 문제를 맞이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업권 침탈 시도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자 하는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며 과거와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은 시대적 흐름과 유통구조의 다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당장은 업권 침탈을 막아낸다 해도 향후 더욱 정교한 방법과 명분으로 정부와 플랫폼 기업의 끊임없는 위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 앞에 업권과 국민 안보건 수호를 위해 취해야 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한다.    <o:p></o:p> 시대 환경에 따른 유통구조의 변화   <o:p></o:p>긴 팬데믹 현상이 가지고 온 가장 큰 사회적 변화라면 전 분야를 막론하고 유통 시스템이 온라인이나 대자본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급속히 변환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온라인 중심의 유통 시스템 변화는 분야에 따라 효율과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경계에 있어서는 다르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업권이 형성된 안경원의 특성상 이러한 변화는 5만 안경사의 생존권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눈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임을 감안할 때 무분별한 유통구조의 변화는 안경사들이 지난 수십년에 걸쳐 발전시켜온 국민 안보건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와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적 변화를 앞세워 안경계에 대한 업권 침탈과 압박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center"><img alt="안경계의 새로운 위협, 유통구조의 변화" src="http://koatimes.com/wysiwyg/PEG/se2_16862732375715.jpg" title="기획1.jpg" style="font-size: 11pt; text-indent: 10pt;"></div>    실제 과거 기획재정부의 한걸음 모델 정책의 일환으로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추진코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며, 협회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정책을 포기케 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근용안경과 도수수경의 온라인 판매법안이 또 다시 정부법안으로 재발의 돼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 계속 계류 중에 있으며,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금지 법안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 되어서 심리 중에 있는 상태다.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 정부와 플랫폼 기업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소비자 편의와 시장논리이다. 실제 법안 발의 당시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한 IT 분야의 신사업 동력 발전과 고용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며, 더욱이 팬데믹의 장기화로 온라인 중심의 유통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음을 고려할 때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도 효율적임을 언급했다. 헌재에서 진행되는 위헌법률심판 청구의 근거 역시 마찬가지의 논리다. 일부 소비자들이 해외 업체로부터 직접구매를 통해 기성품 렌즈를 사들이고 있으며, 현행 법률로 인해 국내 업체만 역차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콘택트렌즈는 대개 기성품으로 소비자들은 자기에게 맞는 콘택트렌즈를 구입할 때마다 따로 처방전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되짚어보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이미 5만여 명의 안경사를 바탕으로 안보건 서비스 산업 기반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완화는 고용창출은커녕 기존에 안정적으로 형성된 일자리를 무너트리는 효과밖에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근용안경 및 도수 수경을 포함한 안경은 일반 공산품과는 성격이 다른 의료기기로 잘못 유통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국민 안보건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콘택트렌즈 분야는 더욱 말할 나위 없다. 2019년 분당서울대 안과전문의 현준영 교수팀이 발표한 ‘콘택트렌즈 및 돋보기안경 온라인 판매의 안전성 분석연구’에 따르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의료적, 경제적 측면에서 실익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이미 콘택트렌즈와 관련해 1차 의료접근의 용이성과 구매 비용의 저렴함을 갖춘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안보건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거다. 더욱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시 부작용으로 소비자의 합병증 증가 위험성이 높으며, 부작용에 따르는 피해 보상과 책임소재 등에 대한 대책 등 소비자 눈 건강을 담보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center"><img alt="안경계의 새로운 위협, 유통구조의 변화" src="http://koatimes.com/wysiwyg/PEG/se2_16862733237034.jpg" title="기획3.jpg"></div>   본질은 전문성   <o:p></o:p>하지만 아무리 안경사의 생존권과 국민 안보건의 수호의 기치를 내걸고 이러한 위협에 맞선다 하더라도 정부나 국회 그리고 일반 국민까지 해당 사안에 관심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단순한 시장논리에 현혹이 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위치에서 이익이나 실적만을 바라보고 접근을 하는 것이 그들의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권을 지키고 국민 안보건을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결국 안경업을 안경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대체불가의 영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뿐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안경사의 전문성이 담보가 될 때 가능한 문제이다.  물론, 협회는 이와 관련해 다방면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 판매법안의 완전 폐기를 위해 관련 이슈 사항을 매일 모니터링을 하며 국회, 복지부, 과기부 등 관계 부처와 꾸준히 접촉해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타 보건의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업권 수호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해가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법무팀을 가동해 불법 온라인 판매 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적발과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대외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통해 안경사의 전문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 나가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안경사의 전문성 확립과 업무영역 확대를 위해 산‧학계와의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협회의 역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개별 안경사들의 노력이다. 안경사 개개인이 전문가 그룹으로서 영역을 확립해 나가는 노력이 병행될 때 안경사 직역의 위상과 업권 수호의 사회적 공감대까지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건 무엇보다 장사꾼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불법광고와 가격경쟁에 매달리는 모습은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업권 침탈을 꿰하는 이들에게 명분만 내어줄 뿐이기 때문이다. 안경사 스스로부터가 자각을 가지고 이러한 행태에서 벗어나 전문성 확보를 해 나가야 하며, 기술적 가치를 바탕으로 정당한 가격을 청구해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의 눈에 비치는 복장과 태도 등 사소한 것들의 변화로 대외적 이미지 확립에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안경사보다 더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는 직역들의 경우 전문가로서 확고한 대외적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령 의사나 약사 직군의 경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기에 그 누구도 치료비나 약값을 흥정하려 들지 않으며, 그들 스스로부터가 장사꾼식의 영업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이 다루는 영역은 우리 사회 속에 단순 자본논리나 소비자의 편의 차원에서 대체될 수 없는 절대적인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안경사 또한 국민의 눈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이며, 안경사가 가진 기술적 가치는 타 영역이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전문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직군들과 여전히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자성하고 변모해야 할 지점이다.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center"><img alt="안경계의 새로운 위협, 유통구조의 변화" src="http://koatimes.com/wysiwyg/PEG/se2_16862733054087.jpg" title="기획2.jpg"></div>   업권보호를 위해선 전문가로서 단합 필요   <o:p></o:p>애초에 의료기사법 12조를 통해 안경 및 콘택트렌즈의 판매에 대하여 엄격히 규제를 놓고 있는 것은 국민의 눈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기기이며, 오직 안경사의 전문성을 통해 다뤄질 때 윤리적이고 안전한 취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대적 변화가 일어나고 유통 시스템이 온라인 중심의 환경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안경사의 전문성을 통해 안경 및 콘택트렌즈가 가장 안전히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속에 안경사가 전문가로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느냐와 전문가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느냐이다. 안경사가 전문가로서 명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역량을 발휘할 때 안경사의 업무는 대체불가한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안경사의 업무가 대체불가한 영역으로 인식될 때 외부세력이 함부로 흔들 수 없는 강력한 업권을 형성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안경계는 전례없는 변화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때로 위기는 극복할 경우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금이 그렇다. 일선 안경사가 전문가로서 작은 변화에 동참하고 힘을 모을 때 업권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주지하고 업권 확립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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